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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태] 지속가능한 생태사회와 기본소득/ 권정임
글쓴이 김성일
산림경영과 탄소배출권 시장 - 온난화의 해결책?

16세기부터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의 확산과 함께 진행된 산업화는, 인류의 삶의 자연적 터전에 대한 광범한 파괴를 동반하였다. 온난화가 이대로 계속되면 많은 도서국가와 해안 도시들이 바닷속에 잠기게 되리라는 일례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자연환경의 파괴는 인류의 건강한 생존을 위협하는 '생태위기'로 치닫고 있다.

인류가 이처럼 생태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인식은 오늘날 더 이상 생태운동 진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1987년 UN 산하 '환경과 발전을 위한 세계위원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곧 '미래세대의 욕구를 채울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발전'을 채택한 이래, 생태위기의 극복 및 '지속가능한 생태사회'의 창출은 국제적으로 광범한 동의를 획득한 긴급한 정치적 과제로 등장하였다. 특히 세계적인 과학자 2,000명으로 이루어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회'(IPCC)가 1996년에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경제활동에 의해 초래되었음을 증명한 후,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무엇보다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 결과 1997년 12월에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일차적 책임자로서, 온실가스 배출감축에 대한 우선적인 의무를 지게 되었다. 원칙적으로는 1차 배출감축의무기간인 2008년에서 2012년까지, 각국의 1990년 배출량의 5.2%를 자국 내에서 감축하기로 의결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자국 내에서의 온실가스의 직접적인 감축보다는, 주로 다음의 방법이 채택되었다.

첫 번째는 자국 또는 타국에서 조림이나 수종갱신 같은 산림경영을 통해 탄소감축을 인정받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이를 통해 감축된 탄소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어렵고 그 감축 효과 또한 불확실하다는 한계를 가진다.

두 번째는 각국에 허가된 탄소배출량을 경매하는 탄소 배출권거래제도이다. 유럽의 경우, 2005년에서 2007년까지의 제1기가 종료되었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를 포괄하는 제2기가 진행 중이다. 이 1, 2기 동안에는 상당히 많은 배출권이 무료로 배분되지만, 3기부터는 배출권 완전경매를 목적으로 무료로 배분되는 양을 점진적으로 줄이게 된다. 미국이 교토 의정서를 거부하면서까지 요구했던 것, 곧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도국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수용되면서, 탄소배출권 시장은 조만간 전 세계로 확장될 것이다. 그 결과 탄소배출권 시장은, 탄소감축기술이나 생태 친화적인 에너지와 관련하여 기술적인 우위성을 갖고 있고 자금력도 우월한 선진국 자본을 위해 새로운 이윤창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새로운 투기시장, 나아가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할 가능성 또한 있다. 실제로 2011년 1월 20일, 익명의 해커들이 이천팔백만 유로에 달하는 탄소배출권을 절도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어째서 각국은 자국의 에너지시스템과 산업구조를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는 형태로 직접 전환하지 않고, 효과가 불확실하거나 여러 가지 위험성이 도사리는 이러한 우회로를 취하는 것일까? 직접적인 이유는 산림경영이나 자본주의적 시장을 통하는 방법이, 탄소감축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물론 이는 각 국가가, 비용절감 및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국 자본의 요구를 수용하여 대변한 결과이다. 궁극적으로는 자본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각국의 다수 국민들이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다수 국민들은 자본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동의하는 것일까? 그들의 생계유지가 '임금'에, 따라서 '자본'에 의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자본에 생계유지를 의존하지 않게 되는 것은, 다수 국민들이 '자본'의 관점으로부터 해방되어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생태위기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주요조건 중의 하나이다. 자본에 대한 '동의'를 사실상 '강제'하는 주요 물적 기초가 해체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생태사회와 기본소득

유럽 여러 나라의 녹색당들을 비롯한 현대의 많은 생태주의자들이 '무조건적 기본소득'(이하 '기본소득'), 곧 별도의 자격심사 없이 누구에게나, 나아가 원칙상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현금 및 현물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생태사회형성을 위한 조건의 하나로 요청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역사적으로 생태운동 진영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7, 80년대 유럽에서 핵발전소 같은 반생태적인 산업을 생태 친화적인 산업으로 전환할 때 생겨날 수 있는 실업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라는 형태로 촉발되었다. 오늘날은 국제적으로는 무엇보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Basic Income Earth Network)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Basic Income Korean Network)를 중심으로 더 체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때 논의의 출발점은, 기본소득의 실시가 다음과 같은 현실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공상적인 제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제안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반생태적이며 반인간적인 자본주의적 현실에 대한, 실현 가능하며 지속가능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80년대부터의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부의 생산은 한층 가속화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의 경우, 연간 생산물량은 국민 전체의 삶을 유지하기에 충분하고 남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점증하는 부를 점점 더 적어지는 고용을 통해 달성하는 자본의 경향 역시, 한층 두드러지고 가속화된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을 채택하는 나라에서 이러한 모순은, 퇴폐적일 정도로 부와 향락이 넘쳐나는 사회의 한구석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비극을 초래한다. 서구 유럽에서 이 모순은 완전고용 및 이에 기초하는 케인즈주의적인 복지체계의 위기를 초래한다. 현재 기본소득론이 서구 유럽에서 무엇보다 대안적인 복지체계로서 주목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황에 기인한다.

역사상 그 유례가 없을 정도의 풍요를 1%의 자본가와 금융귀족이 독점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정의롭지 않다. 부의 독점은 경제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부는 사실상 사회 전체 성원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모든 개인들은 소비자로서 부의 생산을 위한 수요와 소비자정보를 제공하며, 주식회사제도와 신용제도를 통해 자신들의 자산을 이윤증대수단으로 자본 측에 사실상 양도한다. 나아가 자본이 자신의 생산력으로 합체하여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과학기술 같은 사회경제적 유산과 자연자원은 사실, 모든 개인들의 공유물이다. 자본은 또한 공장 내부에서 노동자들이 체득한 노하우(know how)를 넘어서서, 여러 매체를 통해 개인들이 공동으로 형성한 사회적 지성 또는 연합지성마저 독점하여 이윤을 창출한다. 따라서 이들 계기들을 통해 생산된 부의 일정부분은, 모든 개인들에게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나아가 부를 1%가 독점하는 것은 전체 경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작용을 한다. 이는 무엇보다 실업자,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사회 대다수성원의 역량을 사실상 낭비하는 것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반면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이는 개인들의 자유로운 발전, 연합지성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경제발전으로 이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생계 절박성에서 해방되어 각 개인이 더 좋은 일터에서 더 적은 시간 동안 노동할 것을 선호하게 될 것이므로, 양질의 일자리가 더욱 많이 창출될 것이다. 이때 이 양질의 일자리는 노동조건이 더 좋은 일자리, 인간적인 일자리인 것만이 아니라, 생태 친화적인 일자리이기도 할 것이다. 이 일자리가 개인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실현하는 일자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생계를 위해 연장근무 등을 할 필요가 없어지고 자유시간이 확대되어, 각 개인의 생태적 의식과 참여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각 개인의 생태적 참여는 주거방식과 도시생활 및 도시/농촌 관계를 포함한 삶의 방식 및 문화의 전반적인 생태화를 가져옴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태 친화적 재구성과 상호증폭작용을 할 것이다.

물론 경제발전의 결과로 기본소득이 생계를 위해 '충분한' 수준을 넘어 지급될 경우, 이는 노동의욕의 저하와 이로 인한 경기후퇴를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경기후퇴는 기본소득의 감소 및 이로 인한 노동 동기 강화 및 경제발전으로 이어져 다시 기본소득의 증대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즉 기본소득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은, 기본소득 실시의 내적 기제 자체에 의해서도 보장된다.

모두에게 현금생태 기본소득을!

결국, 기본소득의 실시는 경제발전, 나아가 생태 친화적 ‧ 질적인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결과 생태적으로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생태세를 도입하여 기본소득의 재원 중 하나로 하게 되면, 이러한 가능성은 더욱 증폭된다.

이미 페인(Th. Paine), 푸리에(Ch. Fourier), 밀(J. S. Mill), 헨리 조오지(Henry George), 맑스(Marx) 등이 강조했듯이, 토지를 비롯한 자연은 그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생산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 누구도 자연에 대한 소유나 독점적 사용을 주장할 수 없다. 자연은 동시대인, 나아가 미래세대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향유'해야 하는 '공유재'이다. 따라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자연사용을 통해 독점적인 수익을 받는다면, 그 개인이나 집단은 그 수익을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나아가 미래세대가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

자연사용과 관련된 이러한 윤리적 요청은, 한편에서는, 생태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을 통해 충족될 수 있다. 조세가 부가되어 자연자원이 비싸지고 생태세의 역진적 성격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부담이 증대하지만, 이는 기본소득을 통해 상쇄될 수 있다. 나아가 생태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의 효과는 앞 문단에서 말한 분배정의 문제의 해결로 국한되지 않는다.

자연자원이 비싸지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경제 및 삶의 방식의 생태 친화적 재구성을 촉진한다. 무엇보다 자연자원을 아껴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자연자원을 아끼는 기술, 고갈자원을 대체하는 기술의 개발이 촉진될 것이다. 기본소득의 다른 재원이 충분한 경우, 이는 자연자원의 사용료 중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생태 친화적 기술을 촉진하는 생태기금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통해, 더욱 촉진될 것이다. 자연자원의 절약 및 생태 친화적 기술의 이러한 촉진은 나아가, 자연자원과 관련된 미래세대와의 분배정의문제의 해결에도 일조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의 생태 친화적 재구성은, 신선한 공기, 맑고 푸른 바다, 갖가지 동식물이 터를 잡은 숲 등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조성하여 우리들과 후손들의 삶의 질을 더욱 상승시켜줄 것이다.

이러한 현금생태 기본소득의 생태적 효과는 현물생태기본소득의 지급을 통해서도 달성된다. 예를 들어서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현물 기본소득으로 지급해보자. 즉,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보자. 이는 사적 교통수단의 이용률을 급격하게 떨어뜨릴 것이다. 그 결과, 교통체증 비용뿐만 아니라 탄소배출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4대강 사업 같은 반생태적인 사업에 지출되는 토건예산을 생태현물 기본소득으로 전환하자. 예를 들어 이 예산을, 산업시설과 각 가정의 에너지조달 및 주거방식을 생태 친화적으로 재조성하는 데 사용하자. 이 역시 탄소배출을 급격하게 감소시킬 것이다. 또한, 보다 건강한 삶의 방식을 가져올 것이다.

생태 기본소득을 받으면서 핵발전소를 해체하자!

생태현물 기본소득과 관련된 이 정책들을 통해서도 우리는, 탄소배출의 감축 및 에너지 체제와 생활방식의 생태 친화적 전환과 관련하여 현저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에 제기되는 논의대로(강남훈, 2011),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생태세'를 부가하여 화력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거두어진 '생태세'를 '생태현금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전기수요의 감소에 기초하여 핵발전소의 점진적 해체가 가능해지고 국민들의 소득이 증대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생태 친화적인 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핵 재앙으로부터 완전히 탈출할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자신과 이웃과 미래세대, 나아가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지구를 보다 안전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강남훈(2011) '생태 기본소득(생태세와 기본소득의 결합)에 대한 고찰', 미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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