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8-13 16:09
[언론기사및보도자료] “장애인, 기본소득을 말하다” <기본소득과 장애인> 좌담회 열려
 글쓴이 :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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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조회 53|추천 0|2010.04.28. 16:54http://cafe.daum.net/basicincome/4tDd/79 

 

“장애인, 기본소득을 말하다”

‘기본소득과 장애인’ 좌담회 열려

 

서른 번째를 맞았다는 장애인의 날. 4월20일을 전후로 올해도 변함없이 장애인과 관련한 행사가 집중되고 있는 4월을 보내며, 여전히 차별 받고 고통 받는 장애인들을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는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

 

기본소득울산네트워크(준)과 울산노동뉴스에서는 울산지역 장애인단체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현실의 다양한 문제점과 더불어 '기본소득'을 주제로 장애인운동의 전망과 미래를 조명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27일 다울성인장애인학교에서 6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참석자
송천규 (사)울산광역시장애인총연합회 사무처장
정영현 (사)울산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
엄혜경 울산여성장애인연대 준비위원장
성현정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엄균용 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김동형 울산장애인자조모임 인식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7일 오후4시 다울성인장애인학교에서 '기본소득과 장애인'을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이형진: 바쁘신 와중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 먼저 기본소득과 기본소득네트워크에 대해 짧게 소개하겠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조건 없는 소득이다. 자산 심사나 노동 요구가 없는 보편적 복지이다. 1988년에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BIEN)가 결성되고, 2004년부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로 전환해 활동해 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9년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가 결성되고, 2010년 1월에 서울에서 기본소득국제학술대회를 성황리에 진행했다. 오는 7월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BIEN 13차 총회가 열리는데, 17번째 가맹국단체로 인준 받을 예정이다. 울산에서는 2009년 기본소득강좌준비모임이 구성돼 세 번의 기본소득 기획강좌를 열었고, 그 성과를 이어 지난 4월14일 기본소득울산네트워크(준)이 결성됐다. 이 자리는 기본소득울산네트워크(준)이 준비한 첫 번째 사업이다. 울산지역 장애인단체의 주요 인사 분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시게 돼서 영광이다.

 

▲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엄균용 집행위원장

엄균용: 개인적으로는 작년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많이 접해왔다. 좌담회 사전검토 자료를 봤는데, 기본소득이 장애인의 노동권과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한 내용이 주요 쟁점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동형: 우리 현실에서 기본소득이 도입됐을 때 장애인에게는 노동권이 가장 문제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도 장애인 의무고용이 지켜지지 않는데,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의무고용을 피해가고 싶은 기업에게 논리적 악용의 소지가 있지 않겠나. 노동능력이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어떻게 소득보장이 이뤄져야 하는가도 문제지만, 노동능력이 있는 장애인이 노동사회로부터 배제되는 것도 큰 문제다. 기본소득 도입으로 모든 장애인이 노동에서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되고,  장애인들 또한 그러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정영현: 조금 다른 생각이다. 장애인들 중에 노동을 통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비율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되겠나.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기가 일쑤다. 그럼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지원을 받아야 살 수 있는데, 지원 받는다는 자체가 인간으로서 수치심을 갖게 되는 과정이다. 이것은 기본소득처럼 보편적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만 해결 가능한 부분이다. 이 문제는 장애인뿐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사회가 반드시 노동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를 제기하고 싶다. 학생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이것은 사회적 생산에 참여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어찌 보면 그 자체로 노동일 수 있다. 가사노동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최소한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 아니겠는가. 노동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활동을 했을 때 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현정 소장

성현정: 기본소득 도입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고, 또 부정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을 수 있다. 이들에게는 분명히 더 많은 공공부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충분한 기본소득이 모든 개인에게 지급됐을 때, 사회서비스의 공적체계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기본소득의 도입을 위해 공공의 사회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을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장애인에게 있어서 가구를 기준으로 하는 소득보장 제도는 잘못된 것이고, 기본소득의 개별지급 원리는 특히 장애인에게 적합하고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정영현: 필요에 따른 맞춤형 추가서비스 개념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은 보편적 적용이고, 개인에게 맞는 필요를 파악해 추가서비스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겠다. 기본소득 관련 가장 큰 고민은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대가 지급은 분명히 의미가 있지만 장애인이 과연 보이지 않는 노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같이 질문을 던져봤으면 좋겠다. 단순히 인간 권리로서의 기본소득인가, 사회적 기여 활동에 대한 기본소득인가.

 

송천규: 세계적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기본소득의 금액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충분한 생활을 영위할 만큼의 기본소득이 지급될 때 또 다른 형태의 복지병을 낳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도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각각의 국민에게 최대한이 아니라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가 사회적으로 합의돼야 한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출발점을 동일하게 해준다는 개념으로 장애인연금이 도입되지만 금액은 턱없이 모자란다. 주변을 보면 장애인을 비롯해 각종 수당과 노령연금, 기초생활수급만으로도 복지병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무언가를 해서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니까 그냥 얻으려는 것을 현장에서 많이 봐왔다.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과 시행을 국가가 모두 책임지기 어렵다면 국민이 함께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주식이나 펀드 등의 방식을 검토하는 것은 어떤가. 기본소득에 대해 국가가 모든 것을 다 책임지기 보다는 국민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일을 하는 존재여야 한다. 개인적 경험으로 무노동 상태와 생활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힘든지 잘 알고 있다.

 

정영현: 장애인이 노동사회에 통합된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치가 30% 밖에 안 된다고 한다. 나머지 70%는 노동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모든 사람들이 노동을 해야 한다고만 얘기한다면 배제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사)울산광역시장애인총연합회 송천규 사무처장

송천규: 장애인의 사회통합에 대해 한국사회는 해줬는데 안 되면 그냥 포기하지만, 외국은 끝까지 해준다는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월급 받고 노동하는 장애인이 아니라 사회에서 활동하는 장애인이라는 인식을 넓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한 장애인들이 당장 돈을 못 받아도 자원 활동 형태로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계속해서 목표가 생기고,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발전하는 것을 경험할 수도 있게 된다.


성현정: 그 얘기 이전에 이렇게 제기하고 싶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그런 제기를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어떠한 공적 서비스 인프라가 있느냐는 말이다. 그런 것 없이 무슨 장애인의 사회적 기여, 활동의 가치를 따지느냐는 것이다.

 

송천규: 장애인도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무언가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자기개발비도 필요하고, 이동비용도 필요하고… 기본소득의 수준은 이런 것들을 고려해 추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또 현실에서 기본소득은 우선 연령별, 부문별 도입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장애인은 아무리 투입해도 생산적일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 이 입출력의 구조적 인식 문제가 해결되면 장애인 기본소득의 정당성 문제도 많은 부분 해결될 수 있다.

 

▲(사)울산장애인부모회 정영현 사무국장

정영현: 최저임금 시급이 현재 4,110원인데, 기본소득의 책정 수준은 이것을 고려해야 한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누가 일을 하려고 하고, 누가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 이것을 포괄하는 적극적인 담론이 필요하다. 베네수엘라를 보니 극빈자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 무상교육을 시키니 범죄율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나미비아 사례를 봐도 그런데 기본소득 도입은 많은 실증적인 자료와 검토가 필요하다.

 

김동형: 이미 발전적으로 시작한 나라도 있고, 지역적 실험을 한 나라도 있다고 하는데 한국과는 문화적 차이가 많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기본소득이 보장된다고 했을 때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으로 인해 평가 받는 것 아닌가. 중증장애인의 소득보장은 필요하지만 장애인도 노동을 통해 이 사회에 통합돼야 한다.

 

엄균용: 역시 장애인 노동권 문제가 쟁점인 것 같다. 노동문제에 있어서는 개념이 좀 혼동돼 있다. 생존을 위한 강제 노동과 자발적 자아실현을 위한 노동(활동). 나미비아 실험의 중간 결과에서 일자리도 늘어나고 실업률도 떨어진 것이 있다.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노동 개념은 장애인에게는 맞지 않는 것이다. 노동 문제에 대한 접근은 개념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성현정: 장애인에게는 생존 자체가 노동이다. 정말 중증장애인 같은 경우는 일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들에게는 철저하게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 일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는 장애인에게는 다른 사회적 체계가 필요하다.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나머지 부분은 보충(추가)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런 방식이 아니고서는 장애인의 소득보장 문제를 풀 수가 없다.

 

▲울산여성장애인연대 엄혜경 준비위원장

엄혜경: 손상된 몸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게 노동 없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소득이 지급돼야 한다. 그 방식은 보편적인 복지로 해결해야 한다. 노동을 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돈을 벌고 싶고, 저축도 하고 싶고… 기초생활수급은 일을 하지 말아야 받을 수 있는 현실. 악순환이 없어져야 한다.

 

엄균용: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장애인에게도 소비의 권리가 생긴다. 좋은 지적인데 기초생활수급자 문제가 오히려 복지병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영현: 현재의 장애인연금은 추가적인 지급이어야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

 

송천규: 기본소득 도입으로 화폐가치 하락이나 인플레이션 문제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다. 기본소득에서 중요한 것이 금액 수준이다. 장애인연금이 15만1천원인데 이것은 정말 의미 없는 금액이다. 최소한 35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 기본소득을 받으면 물론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적절한 수준을 찾아야 한다.

 

성현정: 한국에서 장애인 기본소득 도입은 현재로서도 가능하다. 복지예산 나누기 장애인수 하면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영현: 언어도단이지만 소비 자체가 생산일 수 있다. 소비할 수 있는 존재가 있어야 생산 환경이 개발될 수 있다. 중증장애인의 생존 자체가 생산이라는 의미가 이것일 수 있다.

 

송천규: 소비와 생산이 매칭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어렸을 때 네가 커서 뭐 하겠냐, 내가 많이 벌어서 네가 살 수 있는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중증장애인 중에는 등단 시인도 있다. 가능성 자체를 닫아두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정영현: 최중증장애인이라도 소비력 자체가 그 사람의 사회적 기여일 수 있다.

 

▲울산장애인자조모임 인식을바꾸는사람들 김동형 대표

김동형: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직장을 안 구하는 문제가 실제로도 많다. 그런 걸림돌이 전혀 없다면 누구나 자아실현을 위한 활동을 원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서 현실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미래 지향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영현: 현재 커다란 사회 이슈인 무상급식 또한 단기간에 제기된 것이 아니다. 기본소득 자체도 긴 호흡으로 사회적 의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엄균용: 노인 기본소득이나 어린이 기본소득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기본소득부터 빨리 도입하자고 울산지역 장애인계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나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송천규: 오늘 큰 타이틀을 걸고 대화했는데도 균형 잡힌 얘기를 한 것 같아 좋았다. 쥐꼬리만큼 줄 거면 아예 말고 의미 있는 소득을 보장해 줘야 한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서로의 생각을 섞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엄혜경: 내 문제가 아니라서 잘 몰랐다. 이런 계기로 많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런 교류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동형: 자조모임 친구들을 보면 기초생활수급자도 많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을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활동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데, 오늘 같은 자리가 정말 필요하다. 많은 도움이 됐다.

 

성현정: 자립생활운동을 하다 보면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온다. 그러면 역할을 주고 싶은데 줄 역할이 없다. 미치겠다. 사회적 역할을 채워줄 만한 것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 너무 갑갑하다. 그런 사회적 역할에 대한 대가의 개념과 연동돼 기본소득 논의 등도 함께 가야 되는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그러나 노동권이 생존권을 앞설 수는 없다.

 

정영현: 만18세 이하 학령기까지는 그나마 장애인에게 여러 복지 혜택이 있다. 그러나 18세 이상이 되면 장애인연금만이 있고 여타 복지는 없어진다. 또 65세가 넘어가면 기초노령연금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가와 사회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과연 이게 맞는가.

 

▲기본소득울산네트워크(준) 이형진 집행위원장

이형진: 장애인 기본소득에 대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다. 인천의 경우 이번 420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에서 장애인 기본소득을 주요 요구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에 인천시가 요구안 일부를 받아들여 인천발전연구원을 통해 장애인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장애인연금 문제를 비롯해 소득보장 전반의 문제, 나아가 장애인 기본소득까지 울산지역 장애인계가 함께 소통하고 공동의 의지를 모을 수 있도록 하자. 앞으로도 기본소득에 대해 많은 관심과 고민을 가져달라. 모두 수고하셨다. 감사하다.

 

진행.정리: 이형진 기본소득울산네트워크 집행위원장 / 사진: 조성웅 기자 / 2010-04-28 오전 10: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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