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3-27 19:20
[공지] [의견 구함] 기본소득 30문 30답
 글쓴이 :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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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문석|조회 230|추천 0|2012.04.30. 16:00http://cafe.daum.net/basicincome/3oiZ/105 

기본소득네트워크입니다. 기본소득네트워크의 새로운 홈페이지 등에 게시될 '기본소득 30문 30답'에 대한 의견을 받습니다. 댓글 형식으로 자유롭게 의견 개진 바랍니다. ㅎㅎ


<기본소득 30문 30답>

첫 번째 질문> 기본소득은 무엇인가요?
답변> 모든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어떠한 자산 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가 지급하는 조건 없는 소득입니다.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으로 정기적으로 지급하며 교육, 의료, 주거, 보육, 노후 등의 보편 복지와 함께 합니다.

두 번째 질문> 기본소득과 비슷하지만 아닌 것은 무엇인가요?
답변> 각 개인에게 조건 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기본소득의 원칙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장려세제(EITC: Earned Income Tax Credit), 국민건강보험 등은 모두 소득과 자산에 대한 조사, 임금노동 유무라는 심사가 있습니다. 이런 제도들은 기본소득과 다른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현재 전국으로 확대되는 무상급식은 기본소득과 비슷한 대표적 제도입니다.

세 번째 질문> 청년수당(청년 기본소득), 아동 기본소득, 노인 기본소득, 장애인 기본소득,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등 특정한 계층과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기본소득인가요?
답변> 특정한 계층 또는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것 역시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단, 심사와 절차가 있다면 기본소득이 아닙니다. 프랑스에서 시행하는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제도(앙떼르미땅: Intermittents)는 문화예술인에게 고용된 노동자로써 1년에 50일 이상 활동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케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진정한 문화예술인 기본소득이라 볼 수 없습니다. 반면에 청년수당(청년 기본소득), 아동 기본소득, 노인 기본소득 등은 특정한 연령대라는 보편적 자격 기준에 따른 지급 방식이기에 기본소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니 부분 기본소득이란 명칭이 적합합니다.

네 번째 질문>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요?
답변> 어떤 기본소득이고 무엇을 위한 기본소득이냐가 중요합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투기불로소득 중과세를 통한 신자유주의 금융수탈체제 종식을 목표로 하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의 주요 재원은 고율의 금융 과세와 토지세, 생태(환경)세, 부자 증세를 통해 마련합니다.

다섯 번째 질문> 토지세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가요?
답변> 토지는 사적으로 소유할 수 없는 공유재입니다. 토지세는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대표가 2009년에 최초로 제안한 것입니다. 현재 다양한 형태로 분산되어 있는 토지 관련 세금을 단일 토지세로 통합하고, 보유세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토지와 건물을 합하여 계산하며, 1년에 5~6% 정도의 토지세를 부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초에는 1% 정도로 시작해 점차 세율을 올려야 합니다. 5~6% 토지세가 된다면, 10억 원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은 1년에 5~6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토지 소유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과 미래 기대 수익이 모두 사라지며, 점진적인 토지 사회화가 가능합니다. 사람들은 집과 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살아가면 됩니다. 물론, 이 사용료는 그 땅의 가치에 따라 차등하게 책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섯 번째 질문> 금융 과세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가요?
답변> 현재 한국은 금융 관련 세금제도가 미비하거나 있으나마나한 상태입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파생상품 등의 초대형 투기자본에 의해 사회 모든 영역이 수탈당한다는 사실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 발효 전후로 한국은 파생상품의 천국이 되었고, 연간 거래 규모가 조 단위를 넘어 경 단위에 이르고 현재는 3경 원(1년 정부 예산의 10여 배)을 넘습니다. 토빈세 도입을 위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0.15% 수준의 금융거래세를 도입해야 합니다. 2%에 불과한 실물 거래 규모를 봤을 때, 이 정도의 금융거래세를 도입한다며 파생상품 총량 자체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파생상품, 증권 등의 금융상품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순차익에 대해 30% 정도의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0.15% 금융거래세가 도입되면 2014년 17조 9850억 원, 2015년 23조 1450억 원, 2016년 29조 8050억 원, 2017년 38조 355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 질문> 기본소득의 다른 재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답변> 부자 증세와 생태(환경)세 등이 있습니다. 많이 벌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기본적인 조세정의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주로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가 대표적인데, 대표적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보다 10%나 낮은 세율을 유지해(미국 35%, 한국 25%, 노무현 정부 기준) 왔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증세는커녕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실질적 폐지, 소득세ㆍ법인세ㆍ양도세 인하 등의 부자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더구나 경제가 어려우니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생태(환경)세는 간접세 형태인데, 석유 등의 화석연료 사용에 대해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해 생태친환적인 산업으로 사회를 전환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여덟 번째 질문> 처음에 설계했던 기본소득 재원이 마를 때는 어떻게 하나요?
답변> 고율의 금융 과세와 토지세 등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재원의 대상 자체가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 과세의 궁극적 목표는 금융자본주의 안락사이며, 고율의 세금을 감수하고서도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금융 거래를 할 겁니다. 점차 올라가는 (보유세 개념의) 토지세는 자연스럽게 토지 가격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다음 단계로 토지 사회화가 진행돼야 합니다. 다섯 번째 답변에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토지 사용에 따른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 사용료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또한, 기본소득 도입에 따른 개인의 소득 증가와 경제 성장은 새로운 세수 마련을 가능하게 합니다.

아홉 번째 질문> 기본소득은 무임승차 아닌가요?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왜 돈을 주나요?
답변>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합니다. 단지 고용되어 임금노동을 하는가 아닌가, 또는 그 사람의 일의 결과물이 사회에서 현금으로 교환될 수 있는 ‘노동’인가 아닌가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기본소득은 각종 재생산 영역에서 수행되어서 시장에서는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여러 일, 그림자 노동에 대한 보상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떠맡는 돌봄노동이 대표적입니다. 급속한 기술 혁신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 실업자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시대입니다. 게다가 고용 없는 성장, 성장 없는 거품이라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과연 그들에게 돈을 주지 말아야 할까요? 현대 사회에서 돈은 생존권과 직결됩니다. 일신상의 이유로 임금노동을 할 수 없거나, 혹은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인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한 사회가 아닙니다. 사회가 보유한 재화와 용역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서 나온 것이므로, 그에 대한 대가 역시 사회로부터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열 번째 질문>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사람들이 일을 안 하게 되지 않을까요?
답변> 기본소득은 사치스러운 삶을 가능케 하는 거액의 소득이 아니라 '기본적인' 소득입니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기본적인 생활은 보장되겠지만,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기본소득과 각자 필요한 정도의 노동소득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된다면, 비참하고 비윤리적이고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열악한 임금노동은 노동자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임금 수준과 노동 인권 수준을 향상시키고, 결과적으로 보편적인 노동환경 개선을 불러올 것입니다.

열한 번째 질문>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데,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답변> 기본소득은 경제 성장을 촉진합니다. 과거에는 철도 부설, 댐 건설과 같은 대규모 사업으로 경기 부양을 꾀했습니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업종의 기업들이 정부의 막대한 투자금을 받게 되고, 기업이 돈을 받으면 고용이 늘어나 서민층에게도 돈이 들어온다는 이른바 적하 효과(trickle down effect)를 기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거액의 자금이 정부와 기업 사이에 자주 오가게 하므로, 로비를 해서라도 사업을 따내려는 기업과 정부 사이에 비리와 부패를 낳기 쉬웠고, 자본의 이윤 보장을 위해 광범위한 수탈을 사회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게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죽이기’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국민 세금으로 토건자본을 회생시킨 재정 수탈입니다. 더욱이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을 늘리는 데에 고용을 늘릴 필요가 별로 없게 되자 적하 효과도 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또한, 실업자와 노동빈곤층이 늘어난 오늘날에는 정부가 아무리 기업을 키우려 해도 기업이 돈을 벌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업이 만든 물건을 사람들이 구매해 주어야 물건을 팔고 돈을 벌 수 있는데, 실업자와 노동빈곤층은 기업이 만든 물건을 살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은 이처럼 과거의 경제 성장 방식이 모두 한계에 부딪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강력한 대안 경제 모형입니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그동안 최소한의 소비만으로 연명해 왔던 빈곤층과 서민에게 쓸 돈이 생기고, 이들이 소비자가 되어 돈을 쓰면서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며, 생산이 늘면서 경제 선순환이 이루어져 경제 성장이 가속됩니다. 복지와 경제는 반비례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 복지는 오히려 경제 성장을 촉진합니다. 더구나 기본소득은 가장 보편적인 소득 재분배 방식입니다. 분배를 거부하는 성장은 지표상의 숫자를 통해 선진국의 국민이라는 허영심을 안겨주는 것 외에는, 개인과 경제공동체에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습니다.

열두 번째 질문> 기본소득 도입보다 기존의 복지제도와 사회서비스형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요?
답변> 기본소득은 사회서비스형 복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의 도입과 함께 사회서비스의 강화를 주장합니다. 물론 기본소득 도입 때문에 사회서비스의 재원이 모자라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것은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대신 (기존의) 복지제도를 양보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으로만 가능한 발상입니다. 보편 복지는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할 수 없는 복지입니다. 기본소득 운동은 기존에 주장해왔던 무상교육(무상급식 포함), 무상의료, 주거공공성, 무상보육, 노후보장 등의 보편 복지와 함께 합니다.

열세 번째 질문>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최저임금제가 폐지되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등 노동조건이 악화하지 않을까요?
답변> 한국의 기본소득 운동은 기본소득 도입,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 노동시간의 혁명적 단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의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오히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과 노동조건은 교환대상이 아니며, 서로 모순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노동자 개인의 교섭력이 강화되어,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던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권리 주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자본가들은 최저임금제의 폐지와 비정규직 양산을 원할 것입니다만, 기본소득이 도입되건 안 되건 그 요구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열네 번째 질문>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콤비임금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답변> 한국의 근로장려세제(EITC: Earned Income Tax Credit)는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 이하, 자녀 몇 인 이상인 무주택 가구 단위로 지급되는데, 소득제한이라는 이유가 있어서 특히 기혼 여성의 노동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편 근로장려세제의 모델이 된 미국의 EITC는 한국의 근로장려세제와는 반대로 강제 노동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독일의 대표적 사회부조제도인 하르츠 IV(Hartz IV)도 마찬가지다. EITC 도입 이전에 지급되던 ‘비혼모 수당’과 EITC가 중복수령이 가능해지면서, 비혼모가 생계급여를 채우기 위해 자녀 보육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질 낮은 저임금 일자리를 받아들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낮은 수준의 임금노동 중심 복지는 대체로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이런 노동강제 효과를 일반적으로 ‘콤비임금 효과’로 부른다. ‘콤비임금(혹은 보조임금)’은 최저임금에 대한 임금보조금을 의미하는데, 콤비임금은 낮은 임금의 원인으로부터 노동자의 시선을 돌린다는 비판과, 노동자들에게 불안정 저임금노동을 받아들이게 만들어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고 노동인권을 추락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의 복지제도가 사실상 원칙으로 채택하는 보충급여의 문제, 또 낮은 수준의 급여가 불러오는 콤비임금 효과는 독일의 유사한 논쟁, 기본보장(Hartz IV)과 기본소득의 대립에서도 드러난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콤비임금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반드시 ‘충분한’ 기본소득이어야 한다. 그 기준이 다소 애매하지만 충분한 기본소득 액수는 어쩔 수 없이 임금노동의 최저선이 기준일 것이다. 법정 최저임금의 80~90% 수준으로 기본소득 액수가 법제화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다.

열다섯 번째 질문> 기본소득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나요?
답변> 기본소득은 오히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사람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선별적 복지제도를 통합하고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현금을 제공하므로, 심사와 관리에 대한 비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재원의 100%를 수급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기본소득의 반대 개념은 아니지만, 선별적 복지의 한 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부양의무제, 강제노동, 턱없이 낮은 수급액, 빈곤 탈출 불가, 수급자 협소, 인권 침해 등의 여러 문제가 있는데, 이의 개선을 위해서는 연간 7조 원에 달하는 재원이 필요합니다. 사안의 심각함과 재원의 방대함에 비해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기 어려운 복지 제도의 모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모순을 해결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보편 복지 실현을 위해 지향해야 할 방향은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사회경제 대안입니다.

열여섯 번째 질문>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답변> 그래서 어떤 기본소득이냐가 중요합니다. 기본소득은 물가 상승률과 연동하여 인상되므로, 물가 상승이 기본소득 수급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통화량 증가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묶여 있던 돈이 순환되면서 일시적인 물가 상승은 일어나지만,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또한, 수요의 증가 원인은 대부분 공급량을 쉽게 늘릴 수 있는 저소득층의 생필품 수요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급 증가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긍정적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열일곱 번째 질문> 증세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하면 부자들의 저항이 심하지 않을까요?
답변> 서민에게 유리한 어떠한 정책을 도입하건, 부자들의 저항은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모든 복지정책은 부자 증세 없이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부유층의 반발을 필연적으로 불러옵니다. 기본소득뿐만 아니라 어떤 복지 정책이라도 부자들의 저항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소득은 개별 노동자의 교섭력을 강화하고, 국민을 생활고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힘이 됩니다. 부자 증세를 통한, 충분한 기본소득은 부자들의 조세 저항에 맞설 힘을 모든 국민이 가지게 합니다.

열여덟 번째 질문> 기본소득은 신자유주의자들에 의해 도입되었다던데?
답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만 주목하여 기본소득을 시행하고자 하는 일부 신자유주의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기획은 대체로 기존 복지제도 축소, 공공부문 민영화와 축소, 부자 감세, 기업의 세금 부담 완화 등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므로, 우리의 기본소득 운동이 지향하는 방향과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기본소득은 실현 불가능합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방식의 기본소득 재원은 매우 단기적이며 지속불가능합니다.

열아홉 번째 질문> 대표적 신자유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NIT를 주장했던데?
답변> 밀턴 프리드먼은 대표적 신자유주의 이론가이며, 시카고학파라는 주류 경제학을 형성한 사람입니다. 프리드먼이 주장한 NIT(Negative Income Tax)는 소득 심사를 철저히 거쳐 가난한 사람들의 부족한 소득을 부자 증세로 보충해주는 보충급여 방식의 소득 보전 정책입니다. 선별적이고 차별적인 소득 보전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현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Food Stamp와 EITC가 그렇고, 한국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근로장려세제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앞서 여러차례 말한 것처럼 기본소득과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그리고 이 제도는 확대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재원이 한정적이고, 빈곤을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국가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이 제도가 확대된들 문제의 근본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스무 번째 질문> 기본소득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나요?
답변> 한국에서 기본소득네트워크가 결성되었고, 지난 2010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Basic Income Earth Network) 총회에서 17번째 가맹국으로 인준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 대안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특히 최저임금 인상 운동, 노동시간 단축 운동, 청년 운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스물한 번째 질문> 기본소득을 하고 있는 나라 또는 지역들이 있나요?
답변> 브라질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 입법안을 통과시켰으며 그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나미비아 오미타라 주에서 기본소득 파일럿 프로젝트가 2년 간 실험 형태로 진행되어서 긍정적 결과를 냈습니다. 기본소득과 비슷한 방식이 소득 분배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들은 몽골, 이란, 싱가폴 등이 있습니다.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가장 활발한 나라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해적당이 최근 크게 약진했습니다. 미국의 알래스카 주는 1976년부터 석유 등의 천연자원 수출로 조성된 알래스카 영구 기금(Alaska Permanent Fund)을 만들어 기금의 수익금을 2년 이상 거주한 모든 알래스카 주민에게 배당금 형태로 분배하고 있습니다.

스물두 번째 질문> 기본소득과 병행되어야 할 제도들은 무엇이 있나요?
답변> 어떤 기본소득이냐가 중요합니다. 열세 번째 답변에 있는 것처럼, 한국의 기본소득 운동은 기본소득 도입,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 노동시간의 혁명적 단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러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나타난 것처럼, 기본소득은 단순한 소득 분배 정책이 아닙니다.

스물세 번째 질문> 기본소득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나요?
답변> 민주주의 위기는 신자유주의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인권과 자유권은 형식적으로 보장되지만 공공부문 사유화(사영화, 민영화) 등으로 국민이라는 자격만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인민의 지배를 뜻하는 민주주의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표권만 남아버린 신자유주의 시대의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기획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기본소득은 사회 구성원이라는 보편적 자격 기준에 따라 그 사회가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며, 민주주의 원칙과 서로 같습니다. “투표로 심판하자”라는 한계적 운동을 넘어서고, 껍데기만 남은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만드는 운동이 바로 기본소득 운동입니다.

스물네 번째 질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의 현재 사회부조제도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답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선별적이고 잔여적인 복지의 대표적인 형태입니다. 선별적 복지는 일정한 조건에 맞을 때에 지급되는 복지이기에 심사라는 방식으로 대상자에게 증명 책임을 요구합니다. 개인은 수급을 받기 위해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자격 심사를 위해 사적인 정보를 공개하고 또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별적 복지는 반드시 사각지대가 발생합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 복지의 근본 취지와 모순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리고 이런 선별적 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아무리 다른 제도를 도입해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스물다섯 번째 질문>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사회보험제도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답변> 사회보험제도는 임금 노동을 하거나 일정한 기여(돈 납부)를 한 사람에게 보조적인 형태로 공적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임금 노동만으로는 보호받을 수 없는 실업의 공포, 산업재해의 공포, 병원비 부담, 노후 준비 등을 대비하도록 했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에 처해 있습니다. 고용보험의 영원한 사각지대는 비정규직을 비롯한 불안정노동의 확산, 실업의 증가와 장기화, 영세자영업의 증가와 파산 때문에 발생합니다. 고용보험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실업급여는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업부조는 고용보험 및 실업급여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형태입니다. 건강보험은 낮은 보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더불어 영국의 국가의료제공방식(NHS)과 같은 목표를 지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차적 과제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선 임금 노동자들의 세 부담이 불가피합니다. 국민연금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재정 악화가 가장 큰 난제입니다. 연기금 운용에 있어서 참여, 민주, 투명의 원리가 시급히 도입돼야 합니다. 사회보험제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난제들이 겹쳐져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입자(기여자) 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구조인데다 경제위기로 미납입자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전 국민고용보험제도나 실업부조 역시 제한된 사람들에게 기간을 한정해 시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난제들이 많지만, 사회보험제도는 끊임없이 개선되고 발전해야 합니다.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첫째, 노동시장에서 임금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현실화해야 합니다. 둘째, 불안정고용과 저임금을 보완하기 위해 의료ㆍ교육ㆍ주거ㆍ보육ㆍ노후 등의 사회서비스를 확대해야 합니다. 셋째, 기존의 사회보험제도에서 불안정노동계층을 포괄할 방안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배제의 영역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넷째, 실업부조를 도입해야 합니다. 고용보험으로부터 배제되었을뿐만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한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불안정노동 계층이 일자리로부터 이탈되어 소득이 중단되는 경우 실업부조를 통해 생계비를 지원합니다. 물론 이런 방향이 단계적 과정은 아닙니다.
사회보험제도 확대만으로 불안정노동 계층의 사회안전망 확보는 불가능합니다. 최저임금 현실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남성ㆍ정규직ㆍ대공장 중심으로 짜인 소득비례방식의 사회보험 내에서의 불평등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또한, 사회보험제도에서 제외되는 불안정노동 계층을 위한 실업부조 도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대안들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자유주의 수탈경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더라도 저출산 고령화, 기술 진보에 따른 노동시장 유연화는 거부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현존하는 사회보험제도는 변화하는 조건을 수용할 수 없는 체계이며, 전면적 재구성이 불가피합니다.
기본소득 도입이 보편 복지 확대 과정이어야 한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입니다. 진정한 사회보험제도 개선 방향은 ‘임금’ 범주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교육ㆍ의료ㆍ주거ㆍ보육ㆍ노후 등의 보편 복지는 현행 사회보험제도를 조세형 기본복지로 바꾸는 것입니다.
사회보험제도의 확대는 ‘복지 체험’ 성격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그 체험을 겪은 사람들이 분명한 복지제도는 없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편 복지로의 전환과 기본소득 도입은 ‘권리 체험’입니다.

스물여섯 번째 질문> 왜 꼭 개인에게 주어야 하나요?
답변> 크게 2가지 측면에서 답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 개인의 자유 확대라는 우리 사회의 이상 실현을 위해서입니다.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사회 대안이 등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신자유주의 모순입니다. 자유방임주의, 케인즈주의, 신자유주의 등 지난 100여 년의 주류적 흐름은 나름의 발전 과정을 거쳤지만 끝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남겼습니다. 국가 또는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를 없애지 못했습니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가 그랬고,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그랬고, 신자유주의 국가는 더 심했습니다. 억압하는 형태는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노동의 강제적 측면이 그렇습니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원하지 않아도 강제노동을 해야 했고,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최소한의 기준이 노동이었고, 신자유주의 국가에서는 노동하지 않는 사람을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임금노동만이 가치의 기준인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는 침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회를 극복하는 것이 기본소득의 정신입니다.
두 번째, 가족 또는 가구 단위로 행해지는 복지 제도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핵가족화, 가족의 해체라는 시대의 흐름이 명확합니다. 100년 전에 설계된 복지 제도의 틀로 개인의 우겨넣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복지 제도의 틀 자체가 개인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스물일곱 번째 질문> 기본소득은 성(性) 평등 증진에 기여할 수 있나요?
답변> 기본소득은 모든 개인에게 지급되는 소득입니다. 가사노동을 여성만이 전담하는 현실의 사회 구조를 봤을 때, 여성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여성을 가정으로부터 탈출하게 만들 수도 있고, 가정으로 돌아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기본소득이 성 평등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적 사회 구조를 바꾸는 싸움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스물여덟 번째 질문> 기본소득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가요?
답변> 기본소득 재원 중 하나가 생태세입니다. 그리고 이 생태세를 생태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생태세는 어쩔 수 없이 간접세 형태로 부과될 수밖에 없는데, 자본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부작용을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생태세를 생태기본소득이란 형태로 모든 개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태세를 무상대중교통의 재원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공공화하고 요금 자체를 무료화하는 방안을 충분히 짤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본소득이 사회적으로 작동한다면, 석유 등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으며, 자가용 사용을 억제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스물아홉 번째 질문> 기본소득은 공공성 확대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답변> 신자유주의 금융수탈체제는 공공부문 사유화라는 커다란 정책 기조를 품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단순한 복지 정책은 아닌데, 보편 복지 실현이라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공공부문 사유화와 같은 수탈경제 흐름을 막고, 사회공공성 확보를 위해 기본소득 실현이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서른 번째 질문> 기본소득은 지구적 규모의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나요?
답변> 기본소득네트워크는 지난 G20 서울정상회의 당시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세계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기축통화 발행권을 근거로 들었는데, 1년에 6천만 달러를 찍어내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보완하는 수탈적 구조를 멈출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달러, 위안 등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축통화를 만들어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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